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외교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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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유엔’(국제연합, the United Nations)을 아십니까?

국제연합, 즉 유엔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더 이상 인류에 이러한 비극을 막아야겠다는 신념으로 1945년 10월 24일에 출범한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입니다. 유엔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과 수행하고 있는 활동은 정말 다양합니다만, 그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믿음이 국제연합헌장 전문에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우리 연합국 국민들은 우리 일생 중에 두 번이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인류에 가져온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 및 가치, 남녀 및 대소 각국의 평등권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며, 정의와 조약 및 기타 국제법의 연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의무에 대한 존중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확립하며,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결의하였다. (후략)

이러한 유엔 설립의 숭고한 목적은 미국과 소련을 큰 축으로 하는 양극 체제로의 재편과 이에 수반되었던 냉전(cold war)의 이분법적 구조에 의해 강력히 영향을 받고 또 침해되어야만 했습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 진영 간의 상호 견제와 맹목적인 반대로 인한 사안 해결의 어려움이 나타났고, 국가 간의 양자적 “협상” 이외에 다자적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역시 이념 대립으로 인해 큰 장벽에 맞부딪혀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고 독일이 통일을 이루면서 이른바 탈냉전(post-cold war)시기가 도래하자 이념 및 군사 대립의 해소로 보다 원활한 국제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이전까지 유엔에서 다루어졌던 문제, 즉 군비 결정, 진영 간 분쟁 방지 등의 사안들은 그 시급성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유엔에 대한 국제 사회의 역할기대 또한 변화하였습니다. 이른바 국가 간의 전쟁 방지라는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를 뛰어넘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의 문제가 대두된 것입니다. 환경, 빈곤, 인권, 지적재산권, 질병, 문화 등의 문제들은 세계화, 정보화와 같은 현대 국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그 해결의 경계를 한 국가 내로 한정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이러한 사안들은 단순히 ‘국가 간(inter governmental) 기구’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초국가(transnational) 기구’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유엔은 그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서 국가의 이익을 초월하는 전 인류의 이익과 미래에 호소하는, 새로운 국제 문제 해결의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모의’ 유엔을 아십니까?

한국에게 국제 정치란 국가의 삶의 조건을 제약하는 족쇄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서구 열강의 강한 간섭과 36년간의 식민지, 그리고 냉전체제 하에서의 한국 전쟁 등 한국은 압도적인 국제 정치의 영향 속에서 한 세기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국제 정치에서 ‘구속만 받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함께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모습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 국제기구 직원일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리고 젊은이들이 시야를 좁은 국내에서 벗어난, 세계를 바라보면서 공부하고 뛰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유엔이라는 세계 최대의 국제기구는 깊고 치열하게 고민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모의유엔은 그러한 고민의 구체적인 발현입니다. 이는 일종의 ‘학술적 연극’입니다. 유엔에서 다루고 있는 수천수만 가지의 문제 중에서 하나를 택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한다는 측면에서 ‘학술적’이며, 그 결과물을 무대 위에서 구체적인 연극의 형태로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연극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모의유엔을 조직하고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대학생모의유엔’ 이라는 행사에서는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쟁하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지구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엉성할 수 있습니다. 내용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 나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패기, 치열한 만큼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보다 더 뜨겁지 못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아쉬워하면서, 그와 함께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면서, 무엇보다 그 결정 과정의 역동성(dynamics)과 진취성을 배워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나갑니다.

‘서울대학교’ 모의유엔을 아십니까?

서울대학교 모의유엔은 1988년부터 시작된 외교학과의 전통적인 가장 큰 행사입니다. 매년 2학기 11월 즈음이면 문화관에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학생들이 모의유엔을 보여주곤 합니다. 공연은 2~3시간 남짓의 짧다면 짧은 시간에 끝나지만, 그 시간을 위해 여름 방학 때부터 모의유엔 준비는 시작됩니다. 매주 모임과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국제 정치와 문제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그렇지만 이상을 바라보면서 치열한 고민을 시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은 무엇보다도 서로의 보석 같은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모의유엔의 막이 내려도 함께 이어나갈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당일 리허설이 끝나면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를 메웁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막이 오릅니다. 행여나 실수할까봐, 잘못할까봐 마음 졸이면서 공연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막이 내렸을 때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그동안의 고생을 잊게 합니다. 모두가 빠져나가고 남은 적막 속에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축하해주는 감동은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것입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을 그 감동의 순간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